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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darTZeel / NHB-18NS - 다즐 NHB세트. 트랜지스터의 종착역에 서있는 기분
작성자 m2 manager (ip:)
  • 작성일 201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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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18
평점 5점


[Pre Amp.] darTZeel / NHB-18NS (Pre amplifier)하이파이클럽  2012년 11월

다즐 NHB세트. 트랜지스터의 종착역에 서있는 기분

글: 오승영
 
다즐 NHB세트. 트랜지스터의 종착역에 서있는 기분
darTZeel NHB-18NS, NHB-108 Model One Amplifier
 
다즐(DartZeel)이 뭐지? 인도산 차 이름도 아니고 원래부터 있던 접속단자 명칭도 아니고… 이 회사에 대해 궁금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브랜드의 의미를 알게 된 후부터 제작자에 대한 관심은 급상승하게 되었다. 그 궁극의 투철함에 입혀진 기발함, 언어유희에 가까운 자유정신은 예술혼에 목매는 오디오파일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해 보였다. 예컨대 NHB(Never Heard Before), CTH(Close to Heaven), NS(No Switch) 등 제품명에 사용되는 이니셜들이 모두 그렇다. 디자인만 해도 만만치 않다. 독특한 무광 골드패널과 무채색 빨간 섀시… 처음 이 회사의 제품을 보았을 때, 이것은 분명 우리가 아는 제도권 국가가 아닌 제 3세계 앰프의 출현이라고 생각했다. 브랜드의 분위기로 보아 정말로 인도산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단순화를 위한 복잡한 노력

스위스 앰프의 신기원을 이룩한 ‘다즐’은 2000년대 중반에 등장해서, 일순간 전세계 앰프시장의 화두가 되기에 충분했다. 기술, 디자인 & 사운드 컨셉 등 전 부문에 걸쳐 신개념 ‘State of the Art’의 등장이었다. 이 혁신적이고 고혹적인 앰프의 사운드에 대해 감을 잡으려면, 다즐의 설립자 헤르베 델레트라즈(Herve Deletraz; 다즐은 그의 이름 알파벳 순서를 뒤섞어 만든 브랜드)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원래부터 헤르베는 앰프회로 설계자로 출발했다. 자료에 보면 그 때가 1984년, 특이하게도 디지털앰프로 학위를 받았다(당시의 상황이면 디지털앰프는 학위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약 15년이 지나서야 그가 계획한 이상적인 앰프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여전히 프로토 타입이었던 이 제품을 우리가 시청할 수 있었던 건 그로부터 다시 몇 년이 지나서였다. 대부분의 하이파이 제작자가 그렇듯이, 이 스토리를 보다 보면 이 양반은 원래 돈을 벌려는 사업자가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소리를 만드는데 몰입해온 인물로 보인다(마케팅은 그의 사촌 세르게이가 담당). 다만, 그 과정에 들어간 시간과 비용은 그다지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 목표점에 도달하지 못하면 계속 회귀를 했었으니까... 한 순간도 쉬지 않고 개발을 한 건 아니라고 해도, 20년 가까운 시간에 걸친 시행착오에는 일종의 무게가 실려있다. 그 지향점이 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제로피드백과 광대역, 두 마리의 토끼

헤르베가 지향한 이상적인 앰프의 과제는 혼변조(IM; intermodulation)로 인한 디스토션과 대역별로 조금씩 다르게 발생하는 위상차를 극복하는 일이었는데, 그 원인은 NFB(Negative Feed-Back)에 있었다. 물론, 최근엔 방식별로 NFB를 걸지 않는 앰프들이 빈번히 출몰하고 있지만, 알려진 바 대로 그에 따른 문제도 많다. 예컨대 대역 축소의 문제가 대표적이다. 그만큼 대역과 NFB는 여전히 고질적인 반비례 관계에 놓여있다. 대역을 늘리고 위상차를 극복하기 위해 다즐의 앰프가 채택한 방식은 파워앰프에서 출력석의 숫자를 최소화하고, 프리앰프의 입력단에서 볼륨에 이르는 대표적인 결격요인들 – 스위치, 릴레이, op앰프 등 – 을 제거하고 밧데리 전원을 사용하는 것 등이었다.
 
여하튼 이러한 새로운 신호경로, 회로를 개발하기 위해 장황한 시간의 노력을 투입한 노력의 결과는 성공적이었으며(성공할 때까지 시도했으니까), 이론을 뒷받침하듯 귀로 들려주는 사운드에서도 많은 혁신을 가져오게 되었다. 요컨대 뛰어난 세부묘사력을 필두로 하는 현장의 재현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가게 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이런 류의 광대역 저노이즈 앰프들의 개발과정을 보면, 프리앰프가 먼저였고 파워앰프가 그 뒤를 잇곤 했었던 것 같은데, 다즐의 앰프들은 반대로 파워앰프 NHB-108 모델 원이 먼저 개발되고, 그 연장선상에서 프리앰프 NHB-18NS 가 뒤를 이었는데, 물량은 파워앰프에, 핵심 기술은 프리앰프에 각기 더 많이 투입되어 있어 보인다. 본 제품들에 대해서는 수년 전부터 이미 다양한 형태의 소개가 있어왔지만, 수천 만원을 호가하는 제품 등급을 감안해서 필자기준으로 특기할 만한 내용들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최초의 무접점 프리앰프 NHB-18NS

이미 알려진 바, NHB-18NS는 각 입력단에서 단자나 스위치를 사용하지 않는 무접점 프리앰프이다. 모듈들이 모두 세로로 세워져 있다 보니, 빼곡한 뒷 패널과는 대조적으로 섀시 내부는 정돈이 잘 되어 있다. 하이파이앰프에서는 보기 힘든 E-IDE 케이블로 모듈과 셀렉터, 셀렉터와 볼륨간 연결이 되어있어 이채롭다. 소스에서 입력된 시그널은 각각의 게인단을 거쳐 셀렉터 모듈, 그 다음 볼륨모듈에 연결되는 방식인데, 모듈에서 일어나는 일은 ‘광(optical) 전송’이라는 정보 이외에는 대외비로 되어 있다.
 
오른 쪽에 있는 볼륨 노브와 마찬가지로, 좌측의 셀렉터(Enjoyment Source라 칭함)는 두 개의 고무링을 사용해서 손이 철썩 감기게 해주며, 노브의 LED를 통해 로마자로 표기된 총 6개의 입력을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볼륨 노브 또한 ‘Pleasure Control’이라고 칭하며 그에 걸맞게 마치 눈 위를 미끄러지듯 ‘신나게’ 회전한다. 일반적으로, 프리앰프에 있어서의 볼륨은 회로적으로는 손실 없는 신호전송의 핵심이기도 하지만, 사용자에게 있어서 오디오의 재미를 선사하는 부분으로서 촘촘한 간격으로 ‘도로록’ 소리를 내며 미세한 피치를 넘어가는 그 손맛은 각별한 것이었는데, 다즐의 볼륨에는 마치 유리 위에서 회전하는 팽이와 같은 무한 유연함이 담겨있다. 하지만, 순간 음량이 과다하게 올라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돌리면 기특하게도 반응을 멈추도록 설계되어 있다.
 

 
전술했듯이, 본 제품의 뒷 패널의 다양한 입출력 구성은 극단적으로 말해서 베타캠(Betacam) 플레이어를 보고 있는 듯 하다. 하이파이 앰프에서는 낯선 BNC 단자들이 싱글엔디드, 밸런스단자들과 함께 빈틈없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 입력단이나 출력단 공히 모듈설계 관계로 중앙을 중심으로 좌우대칭이 아닌 수평이동 상태가 되어 있다. 우선 출력단을 6개나 둔 모양새가 이채로운데, 싱글엔디드와 밸런스, 그리고 레코드 아웃의 세 가지 출력에 더해서 BNC단자를 세 개나 배치시켰다. 이 BNC출력의 역할은 멀티앰핑용인데 50오옴 전용의 본 ‘DarT’ 출력은 타사의 파워앰프와의 연결은 곤란해 보이고, 커플인 NHB-108과의 전용 연결(‘Zeel’ 입력)을 전제로 한 것이다. 다른 입력단은 섀시 내에 매립된 빌트인 방식이지만, 1번과 2번 입력은 모듈을 교체할 수 있도록 탈착이 가능하다.
 
1번은 포노입력, 2번은 싱글엔디드 입력 RCA단자이고, 3~5번까지 또한 동일한 RCA단자이다. 6번은 밸런스 입력 전용 XLR이다. 모든 싱글엔디드 입력은 RCA단자 이외에 BNC단자를 커플로 두고 있고, 두 단자 사이에는 입력레벨에 대응할 수 있도록 6dB씩 가감할 수 있는 토글 스위치가 있다. BNC단자를 둔 이유는 곧 개발될 다즐의 전용 디지털 플레이어를 감안한 것으로 소개되어 있다. 6번 밸런스입력에는 토글 스위치가 2개 있는데, 하나는 역시 6dB 어테뉴에이터이고, 다른 하나는 그라운드 방식에 따른 셀렉터인데, 프로용 기기의 세 가지 그라운드 방식 - Floating, Chassis, Ground – 을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런 무접점 방식 회로와 더불어 본 제품 사운드의 핵이 되는 부분은 역시 4개의 밧데리로 구동되는 DC 전원설계이다. 하드디스크 어셈블리처럼 생긴 외장 전원부를 통해 완전 충전되면 약 15시간을 연속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충전 중이라도 밧데리 잔량이 남아 있는 경우라면 전면패널의 전원 스위치를 눌렀을 때 자동으로 교류전원을 차단하고 밧데리 전원으로만 동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완전 방전된 상태가 되면 전편패널의 파워스위치(Power Nose) 아래 있는 작은 LED가 붉은 색으로 바뀌고 자동으로 충전을 시작하며, 노란 색이 되면 충전이 완료된 것이다. DC전원의 효과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이, ‘할 수만 있다면, 그리고 사용이 불편하지만 않다면’ 적극 수용할만한 사안으로 다수의 오디오파일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광대역 파워앰프의 새로운 규범, NHB-108 Model One

NHB-108 model one 이야 말로 다즐의 이름을 세계의 오디오파일들에게 널리 알린 장본인이자, 밀레니엄 이후 어두운 골목길에 접어들던 하이엔드 앰프 시장에 새로운 등불을 밝혔다고도 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제품이다. 헤르베는 본 제품을 두고 전 과정을 숙련된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스위스 시계의 완성도와 셸비(Shelby) AC 코브라와 같은 명품 스포츠카의 승차감을 겸비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스위스 시계야 그렇다 치고, AC 코브라는 영화 ‘Sixty Seconds’에서 보았을 뿐, 직접 타보지 못해서 어떤 느낌인지 짐작만으로 대신하는 애석함이 있지만 그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앰프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는 부분이다.
 
점입가격이라 했던가? 이 제품에 대해 알면 알수록 양파처럼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눈으로 보기에 좋은 모양을 이론적으로 필연성을 갖고 설계하면 이런 모양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즐의 디자인에는 이러한 시각과 청각을 겸비하는 정신이 투철할 정도로 구석구석 투입되어 있다. 예를 들어 본 제품의 섀시 상판은 약간 스모키한 글라스 플레이트(별도의 리프팅 도구가 있음)로 제작되어 있다. 프리앰프에서는 종종 익숙한 모습이지만 파워앰프에서는 흔치 않은 장면 같은데, 마치 칸막이로 나뉘어진 도시락처럼 네 개의 사분면으로 정돈된 내부를 보여주려는 의도 이외에, 헤르베에 의하면 금속제 뚜껑은 근접한 전원부에서 발생하는 역기전력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좌우 대칭 모노럴 구조로 되어있음은 이 호화판 다즐의 세계에서는 그리 획기적인 이슈가 되지 않을 것 같고, 좌우 전원트랜스가 각기 독립된 기판 위에 배치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좌우 채널별로 6개의 전해컨덴서들간 연결은 초승달 모양의 세 개의 넓고 좁은 금도금 플레이트를 사용해서 바닥이 아닌 상단에 결선시켜 보여주고 있는 점 등이 오히려 다즐 고유의 특기사항이 될 것이다. 모든 결선은 샌드위치 구조의 바닥면에 차폐 처리되어 있는데, 삭막하고 번잡한 파워앰프의 내부를 마치 단청을 한 천정처럼 파란 색과 금색으로 정교하게 짜맞추어 놓아서 미국식 하이엔드 앰프들에서 보아온 위압적인 모습이 아닌 단아하고 정숙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요컨대 짙푸른 전류가 금빛을 타고 흐를 것만 같은 신비감을 자아낸다. 프리앰프와 마찬가지로 NHB-108 model one 또한 스위치, 릴레이 등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고, 기판 또한 최소화하고 있다. 좀더 심화시켜보자면 본 제품은 채널별로 한 쌍의 출력석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8오옴 하에서 100와트의 출력을 낸다. 필자가 아는 한 가장 단촐한 출력단 구성이다. 일반적인 병렬 트랜지스터 구성이 갖는 유리함을 무릅쓰고 이런 설계가 된 이유는 역시 헤르베가 20년 가까이 투쟁해온 ‘순간 왜곡과 위상차의 완벽한 제거’를 위해서이다.

아주 심플한 전면패널은 전원상태를 알려주는 좌우 ‘눈’과 전원스위치인 중앙의 ‘코’ 만 배치되어 있다. 좌우의 눈들은 전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반응한다. 프리앰프와 마찬가지로 좌측 상단에 있는 금도금 플레이트는 사용자의 이름을 새겨주는 명판이라고 하는데, 주인이 수시로 바뀌는 오디오 시장에서는 얼핏 번거로운 작업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하지만,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제품의 연장선상에서, 그리고 시계의 경우를 잠시 떠올려 보니 충분히 수긍이 가는 포인트라는 생각이다. 뒷 패널에는 두 개의 스피커터미널과 싱글엔디드 및 밸런스 입력, 그리고 BNC단자로 된 다즐 고유의 ‘Zeel’입력단자가 배치되어 있다.
 
이외에 시선을 끌었던 부분은 프리앰프이건 파워앰프이건 다즐 앰프의 뒷 패널 하단에 보면 우산처럼 생긴 로고가 눈에 들어온다. 자세히 보면 우산이 아니라 석궁이다. 소위 ‘윌리암 텔’ 인증인데, 스위스에서 부여하는 기술인증서로서 명사수 윌리엄 텔과 같은 정교한 기술력에 대해 부여된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스위스에 수출하는 제품 관계로 ‘SGS’ 심사와 종종 마주쳐야 하는 필자로서는 스위스 인증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에 가까운 기준이 자리잡고 있다. 심사관으로부터 한두 번 ‘빠꾸’를 맞다 보면 순간 모든 일정을 접고 싶을 정도로 일정과 비용에 차질이 생기곤 한다. 그만큼 스위스 기준은 엄격하고, 그 인증은 공인되는 것이다. 장황한 제품설명을 뒤로 하고 20년 산고를 겪은 이 커플이 들려주는 사운드는 과연 어떤 것인지 시청해보기로 한다. 물론 인티앰프를 포함해서 종종 다즐의 제품과 마주칠 기회가 있었으나, 정리된 체계를 갖춘 시청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즐의 2011년 버전, 또 한 번의 변화
모델명의 변화에 대한 정보는 확실치 않으나, 이번 시청 기기는 기존 버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재작년(2010년) CES에 소개된 동사의 모노블럭 파워앰프 NHB-458의 개발과정에서 추가된 헤르베의 신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자세한 내용은 공식적으로 설명되어 있지 않지만, ‘SCMT DartZeel Network’라 소개하고 있는 다즐의 특허로서 기존 버전보다 하이스피드의 재생을 표방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파악되는 대로 추가할 기회를 갖겠지만, 대략의 내용은 주로 출력단에서 on/off 단자를 채용해서 구성한 온도보정회로에 있다. 이로 인해 물리적으로 좀더 안정적인 구동이 가능해졌으며 기존 버전에 비해 다이나믹하고 파워풀해졌다고 소개하고 있다. 헤르베에 따르면 개선을 하고 보니 생각보다 더 좋았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좀더 다즐이 지향하는 사운드가 심화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필자의 시청 느낌 또한 그런 내용에 대한 공감이 포함되어 있다.

다즐의 사운드를 일괄해보자면,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감성을 겸비한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반경내에서 다즐의 모든 이론과 기술, 사운드가 파악 가능하다. 실제의 상황을 최대한 가상현실처럼 그려내면서, 종종 그 과정에서 결핍되곤 했던 음악적 감성을 극대화시키려 한 것이 헤르베의 20년 노력이었던 것 같다. 그 내용은 모든 장르에서 여실히 드러나 있다. 무엇보다 다수의 오디오파일들이라면 처음 앰프를 연결하고 들려오는 음의 감촉이 뭔가 다르다는 인상을 받게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대단히 순도가 높고 섬세한 성향이라서 구석구석 구체적이고 명쾌하다. 이런 성향은 시작에 불과하고 내용이 전개되면 천 가지 표정을 연출한다. 얼음장같이 파랗다가도 일순간 심금을 울리는 온기가 시청자의 손을 타고 전해지곤 한다. 통칭 ‘스피디하다’는 표현을 종종 쓰곤 하는데, 단순히 저역을 잘 통제해서 여운이 적은 사운드와 같은 단편적인 의미가 아니라 무대 위의 내용물이 정확한 순간에 출현했다가 사라지는 실재의 상황이 다즐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미사 탱고 도입부를 듣고 있으면 곡이 진행될수록 마치 3D 영화의 한 장면을 HD화면으로 보는 느낌이다. 종종 스피커의 등급에 따라 구분이 되곤 했던 스테이징의 품질이 앰프에서 구현이 되고 있다. 놀라운 순간이다. 명암의 대비가 분명해서 전후간 배치와 거리에 따라 커지고 줄어드는 사이즈의 폭이 분명하게 묘사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이런 상황을 마주하다 보면 현장의 분위기, 차갑고 따뜻한 상황 등이 그대로 전해진다는 인상을 받는 것이다. 한편, 투티를 오르내리는 동안 다이나믹스는 적당히 과장을 시켜 위력적으로 어필한다기 보다는 다소 중도적인 느낌이다. 이 부분은 스피커와의 조합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이는데, 본 리뷰에서는 노틸러스 802D 를 통해 시청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앰프의 상황을 표현해 줄만한 대역이 좀더 넓은 스피커라면 다이나믹스의 콘트라스트가 한층 분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작자의 성향이 반영되는 영역이지만, 필자의 기준으로 스피커든 앰프든 역량 있는 선수급들이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예상대로 다즐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거칠게 다루어야 할 부분과 섬세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고 있다. 하지만, 결코 소란스러움을 느끼지 않게 한다.
 
 
머룬 5의 ‘Can’t Go Home Without You’를 들어보면 강렬하고 매시브한 비트 속에서도 소란스러움을 느낄 겨를이 없이 대단히 정교하게 곡을 풀어나간다. 치고 받는 느낌을 이렇게 분명하게 들려주면서도 세련되었다고나 할까? 그 매끄러운 드러밍에 매료될 지경이다. 일반적으로 현악기가 이렇게 들리는 경우는 흔하지만 록비트에 담긴 매끄러움이란 체험의 기회가 필요할 것 같다. 상상이나 설명으로는 전달이 어려운 부분이다. 레바인의 보컬에서도 표정을 만끽할 수 있다. 슬플 때와 즐거울 때, 인내하는 순간의 질끈 눈을 감는 느낌 등이 역력히 전달되고 있다. 이런 느낌은 녹음 스타일이 다른 경우에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폴아웃 보이의 ‘Thanks For a Memories’에서는 마치 재즈와 같은 정교함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베이스 드러밍에도 이런 섬세함이 있었던가? 킥을 하는 순간의 장면이 떠오르면서 무대는 꽉 채우지만 빈 곳과 화면을 가린 부분이 선을 긋듯 드러나며 평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되었다. 이 스트레이트한 곡에서도 뭔가 철학이 있는 펑크를 느끼고 있었다.
다즐의 광대역에 걸친 왜곡 없는 이런 표현력은 녹음이 정교한 복합 다편성일수록 좀더 분명히 드러난다. 섬세한 마이크로 다이나믹스의 묘사는 음량의 크기를 구분하지 않고 마치 케이블로 연결된 듯 연주자의 감성을 그대로 보내고 있다. 다른 시스템에서 느끼지 못했던 다양하고 복합적인 감정을 읽어내는 순간들도 발견된다. 르네 야콥스 지휘 바흐의 모텟을 들어보면 합창자들이 흥에 겨워 노래하는 그 감흥이 잘 전달된다. 시청실 한 쪽의 트인 곳에서 마치 새들이 지저귀고 있는 느낌이랄까… 인위적인 느낌이 없이 공기를 통해 울려오는 터치감에 온몸 구석구석이 상쾌해진다. 강약의 미세한 그라데이션이 빠른 속도로 매우 자연스럽게 이동하는데, 이에 따라 아스라히 묘사할 때와 전면에 나설 때가 훌륭하게 대조가 되면서 극도로 감각적이면서도 세련되어 있다. 소리에 취할 것만 같다. 연주 시간이 지날수록 뭐랄까… 앰프가 곡을 스스로 해석하고 운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어딘가에서 일어난다. 이 앰프는 스스로 노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혼동이 온다.
 
좀더 큰 스케일에 접근해보아도 원 녹음의 메시지는 여실히 전달된다. 대편성 투티에서 분해력이 있고 없고의 차원을 넘어선 후의 상황이다. 악기간의 소리들은 이미 서로 물과 기름처럼 아무리 잘게 흔들어 섞어 놓아도 서로의 자리를 구분해서 침범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운행의 속도가 벌새의 날개처럼 빨라지거나 달팽이처럼 느려지거나 폭풍우처럼 끓어오르거나 모기만큼 작아지거나 하는 다양한 상황을 너무나 태연하고 분명한 모양새를 갖춰서 변화한다. 카플란이 지휘하는 말러의 <부활>은 그런 면에서 노골적이면서도 미학적인 모습을 또 다시 발견하게 되었다. 사운드만으로는 그다지 나무랄 데가 없는 음반이지만, 연주에 대해서는 뭔가 혼이 결여된 듯한 선입관을 떨칠 수가 없었는데, 다즐은 이 연주를 정말 슬프도록 아름답게 들려준다. 뛰어난 순발력으로 진행되는 완급조절과 강약음의 변화포착은 연주를 이토록 화려하게 작열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편으로 투티에서의 일격을 다루는 트랜지언트에서도 뭔가 분석적이라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이에 따라 802D에서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볼 때 다소 소극적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역시 광대역 스피커와의 조합에서 좀더 다른 결과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음악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수단

원래는 전편에 대한 비교를 중심으로 주요 특성을 환기하려는 계획이었는데, 최소한으로 해도 이렇게 할 말이 많아질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도 쓰지 못한 말들이 많이 남아 있다. 다즐의 앰프들을 시청하면서 분명해지는 진리, 즉 음악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수단이라는 사실은 언제나 환기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일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가격을 들여서 음악을 들어야 하는(전체 시스템은 아마 일억 원 정도가 될 듯) 이유는 일반적으로는 쉽게 설명되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정신상태로 내몰릴 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이라면 잠시 악기를 떠올려봄으로써 많은 오해가 풀려나갈 것이다. 헤르베는 악기의 만듦새가 사운드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예로 들면서 소위 build qulity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그로 인해 다즐의 앰프들은 예술적 경지에 끌어올린 구성을 하게 되었다. ‘음악은 단지 듣고 소통하는 게 아니라 영적 표현의 강력한 수단이며, 디자인에도 그 사상이 연장되어야 하고 기술은 감정을 상승시키는 역할 뿐만 아니라 감정을 초월해야 한다’는 그의 말을 보면 기술과 디자인이 얼마나 유기적인 상관관계를 갖고 음악으로 표출되어야 하는 지 잘 나타나 있는데, 평소의 사고양식으로 보아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공감을 하는 부분이다.
 
그만큼 하이엔드의 세계에서는 연주의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혹은 그 이상이 되어야 하는 상황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연주자가 아니어도 단지 귀만으로 직접 연주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세계가 하이엔드 오디오에 있는 것이다. 마크 레빈슨이 그러했고, 다고스티노, 찰스 한센도 그랬기 때문에 오디오 제작자가 되었다. 여기 또 한 사람의 기인 헤르베 델레트라즈가 가세했다. 필자의 느낌으로는 앞선 인물들보다 좀더 적극적이고 병적일 정도로 완벽한 오디오의 세계를 구현시킬 인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 제품은 현재로서는 트랜지스터의 끝을 보여주는 극한의 재생을 제시하고 있다. 완벽한 물리적 특성은 감동으로 통한다는 교훈도 잊지 않고 있다.
 
민감한 기기이지만 마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오피스를 처음 출시했을 때의 경우처럼 다양한 사용자의 환경에 맞게 세팅을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들을 갖춰 놓았다. 조건이 갖춰진다면 다즐은 누가 어느 상황에서 시청을 하게 되어도 감동을 줄 일종의 생명체와도 같은 존재이다. 기천만 원이라는 세속적인 기준이 혼동스러워지며, 원래 이렇게 들려야 하는 게 음악이라는 생각만이 또렷해 질 뿐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디오 역사의 획을 긋는 명작으로 남게 될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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