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기기에는 전설적으로 회자되는 기기들이 있다. 100여 년의 역사에서 오디오파일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제품이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도 그리폰의 포노 헤드 앰프는 수집가들의 수집 품목 중 상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제품이다.

 

이 제품을 출발점으로 하여 오늘날의 그리폰이 있게 된 것이다. 회사의 설립자와 배경에 대해서는 그간 수차례의 지면에서 거론되어 이미 다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그리폰의 최근 행보는 하이엔드의 톱 유저를 위한 원 브랜드 마케팅으로 집중되어 있다. 입력 장치인 CD 플레이어에서부터 스피커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라인업을 완성시키고 나서부터는 시장에 충격을 주는 최고의 제품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이번의 리뷰 제품인 동사의 메인 앰프 메피스토는 스테레오 구성의 A급 증폭 앰프로 중량이 100㎏이 넘는 초대형의 앰프이다. 동사의 특징인 좌우가 완전히 분리된 전원부를 갖추고 있으면서 40개의 고 전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장착하고서도 출력은 달랑 175W밖에 나오질 않는다. 이는 전 대역에서 A급 증폭을 하기 때문인데, 피드백이 전혀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의 음의 증폭을 하고 있어 덩치와는 달리 매우 빠른 반응의 음을 전달하고 있다. 본체의 거대한 몸집은 기본 회로의 구성에 좌우로 분리된 독립 전원부를 갖추고 있고, 이를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완전 차단하도록 하고 있는 구조 때문에 얻어진 것이다.

 

A급 증폭의 앰프는 항상 출력단에 전류가 흐르도록 되어 있는 설계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충실한 전원부의 확보가 제품의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하지만 엄청난 양의 전원을 소모해야하는 특성 때문에 대출력의 제품으로 A급 증폭을 하는 제품을 만들고 있는 회사는 거의 없다. 어쩌다가 오토 바이어스 회로를 갖추고 있어서 전기도 절약하면서 A급 증폭 회로가 가능하다고 하는 제품들이 있는데,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순 A급 동작의 앰프는 아니다. A급 증폭의 앰프는 여전히 커다란 파워 트랜스가 필요하고 매우 넓은 면적의 방열판이 있어야 하며 많은 열을 발생시키고 많은 전류를 흐르게 하는 고가의 부품과 이를 조립하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폰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질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순 A급 증폭의 회로를 유지하는 방법을 고안해내었다. 이는 프리앰프에서 출력 볼륨을 조절할 때에 음악 신호의 크기만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더하여 바이어스 전류를 조정하는 신호를 함께 보내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그리폰의 프리앰프 판도라에는 이러한 기능이 내장되어 있으며, 볼륨 레벨이 45 이하로 내려가게 되면 앰프의 출력은 채널당 50W로 줄도록 하고 있어 어느 볼륨 레벨에서든지 완전 A급 증폭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사용자가 다른 회사의 프리앰프를 사용하고 있다면 앰프의 전면 패널에서 바이어스를 3단계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능률의 스피커 시스템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중간 단계의 바이어스로 세팅해놓아 채널당 50W의 출력으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전기의 소모와 열의 발생이 현저하게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제품의 시청을 위하여 동원된 제품은 모두 그리폰의 제품으로 이루어졌다. 지난번의 프리앰프 시청에서의 구성과 비슷한데, 이번의 시청을 위해서는 그리폰의 대형 스피커 시스템인 트라이던트가 동원되었다. 입력 장치에 동사의 최고 CD 플레이어 미카도 시그니처를, 프리앰프에는 판도라가 동원되었다. 이렇게 그리폰이 제공하고 있는 최상위 시스템의 라인업이 완성되었는데, 시청실에 자리 잡고 있는 제품들의 위용을 보니 갑자기 시청실이 좁고 초라하게 느껴진다. 앰프의 출력이 채널당 175W로 키보다도 더 큰 스피커 시스템을 울리기에 부족함이 있지 않나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스피커 시스템 내부에는 저역을 위해 500W 출력의 앰프가 내장되어 있으니까 앰프의 출력을 그리 많이 요구하지는 않는다. 이는 동사의 메인 앰프를 이용하여 음을 울릴 수 있도록 한 설계이고, 이것이 원 브랜드 시스템을 이용하는 매력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앰프의 작동은 거창하게 생긴 모습과는 달리 매우 간단하다. 뒷면에 위치한 메인 스위치를 올리고 나서 전면의 파워 스위치를 작동시키면 약 15초간의 안정화 시간을 거친 후에 앰프는 작동 가능한 상태가 된다. 안정적인 동작을 위한 겹겹의 안전장치가 구비되어 있지만 음이 흐르는 경로와는 완전하게 분리되어서 재생음은 한없이 깨끗하고 순수하게 표현되고 있다. 모든 장르의 음악을 여타의 시스템과는 다른 차원에서 재생해 주고 있다.

 

실물대 이상의 확대된 음향이 섬세한 터치를 가지고서 재생되는 것은 커다란 풍경의 사진 속에 들어와 있기도 한 느낌이고, 그 풍경 속의 사물들이 지니고 있는 섬세함도 입체적으로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초대형의 기기 중에 파워와 섬세함을 갖추고 있는 기기는 그다지 많지가 않다. 거기에다가
음악성까지갖춘제품을고르라면그리폰의메피스토를꼽기에주저함이없을것이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6,800만원 실효 출력 175W(8Ω), 1400W(1Ω) S/N비 -80dB 이하(20Hz-20kHz) 다이내믹 레인지 111dB
디스토션 1% 이하(175W) 파워 서플라이 커패시터 250,000㎌×2 크기(WHD) 52×34×71cm 무게 108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