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Lehmann audio는 1988년 당시 오디오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던 Norbert Lehmann이라는 학생에 의하여 설립된 홈 오디오/프로 오디오 전문 메이커이다. 그리고 Lehmann audio의 Linear 헤드폰 앰프는 동사의 첫 헤드폰 앰프 모델로서 2004년에 출시되었다. 이미 수많은 하이파이 매거진 및 유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제품으로, USB 버젼과 스페셜 버젼 등으로 이어지는 시작점이 되는 제품이다.

 

앰프의 외관을 전체적으로 둘러보면, 전후면의 각종 단자와 조작부가 차지하는 면적만을 최소한으로 남기고 앰프가 뒤로 길게 뻗어나가는 형상을 취하고 있다. 사용자의 근처에 놓고 사용하게 되는 헤드폰 앰프의 특성상 공간활용도가 꽤 중요한데, 이렇게 좁고 길다란 형상은 책상에서 체감적으로 적은 면적을 차지한다. 또한 그만큼 전원트랜스를 회로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놓을 수 있으므로 노이즈 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케이스를 오픈하여 내부를 보면 Linear라는 이름과 매우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의 전자기기들은 기본적으로 생산성이 높고 부피를 덜 차지하며 성능 면에서도 유리한 SMD 방식의 부품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Linear는 상당히 고전적인 DIP 부품들과 토로이달 트랜스를 사용하여 클래식한 이미지를 풍긴다. 거기다 부품들의 배치를 질서정연하게 맞추어 수공생산품 같은 분위기까지 느껴진다.

거기다 Linear가 또하나 이름과 하드웨어가 어울리는 느낌을 주는 점은, 각종 스위치의 배치이다. 전원 스위치는 후면에서 AC전원을 바로 컨트롤하도록 되어 있으며, 증폭률 선택 스위치도 앰프의 하단에 마련해 놓았다. 스위치의 위치를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려다 보면 필연적으로 성능 면에서 미세한 손해를 보게 되는데, 그런 손실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자 하는 설계사상이 느껴진다.

 

Lehmann audio에서 Linear 모델을 소개하면서 헤드폰 앰프에 있어서 중요시하는 부분은 다양한 헤드폰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폭넓은 출력범위이다. 자사의 홈페이지에서 'Techletter Headphone amplifier' 라는 제목의 기술문서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 문서에서 100dB의 음량을 얻기 위해 필요한 앰프의 출력에 대해 다수의 헤드폰에 대한 측정치를 보여준다. 그 자료에 따르면 100dB의 음량을 얻기 위해서는 헤드폰에 따라 0.6~16mW의 매우 폭넓은 앰프 출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Linear의 바닥면을 보면 앰프의 증폭률을 선택할 수 있는 스위치가 존재한다. 그 스위치를 조작하여 0/10/20dB의 3단계로 앰프의 증폭률을 조절할 수 있다. 그에 따른 앰프의 최대 출력은 400mW@60Ω에 달한다. 그와 동시에 증폭률 선택 스위치를 통해 고능률 헤드폰에도 얼마든지 대응 가능한 것이 이 Linear 앰프의 큰 장점이다. 고능률 헤드폰의 경우 출력은 크게 상관이 없고 대신 노이즈에 민감한데, 앰프에서 노이즈를 줄이기 위해서는 증폭률이 최대한 적은 것이 좋다. Linear는 그에 대한 0dB 게인, 즉 자체 증폭 없이 입력신호의 음량을 선형적으로 줄이기만 하는 프리앰프 식의 사용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헤드폰 앰프에서 증폭률을 선택할 수 있는 스위치를 제공하는 경우가 드물 뿐더러, 제공하더라도 각 증폭률 스텝이 5dB 이상 벌어지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Linear의 증폭률 선택 스위치는 이 앰프의 정체성과 설계사상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특징이다.

 

주파수응답 면에서도 Linear라는 이름답게 제법 클래식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중립적이되 고역의 끝이 부드럽게 떨어져 부드러운 인상을 가지고 있다. 그와 동시에 저역은 낮은 초저역까지 단단하게 받쳐주어, 아날로그적이면서 힘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노이즈 면에서는 앰프의 기본 증폭률 세팅인 10dB에서 청감상 느낄 수준의 노이즈는 들리지 않으며, 증폭률을 20dB로 올리더라도 마찬가지로 노이즈를 감지할 수 없었다. 대출력 앰프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노이즈 문제에 대해 확실하게 대처하고 있어, 이 앰프의 기본실력이 탄탄함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증폭률 20dB 설정에서 볼륨 노브를 최대로 올려도 노이즈가 들리지 않는 점은 이 앰프가 상당한 수준의 노이즈 대책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해 준다.

 

탄탄한 기본실력에 부드러운 주파수응답, 그리고 대출력이 어우러져 클래식하면서도 묵직한 느낌이 Linear라는 앰프의 이름과 매우 잘 어울리는 인상을 받는다. 요즘의 하이테크적인 설계를 취하는 앰프들과 다르게, 기본기를 탄탄하게 갈고 닦아 감칠맛이 우러나오는 느낌이다. 그만큼 전력효율 같은 부분에서는 열세이겠거나 싶어도, 이 앰프는 그렇게 열이 많이 나지도 않는다. 이는 고전적인 리니어 설계를 헤드폰 앰프에 맞게 효율적으로 구성하였기에 가능한 결과일 것이다.

헤드폰 출력단의 출력 임피던스는 5Ω으로 설정되어 있다. 앰프의 출력이 세다 보니 지나치게 낮은 출력 임피던스 보다는 이정도의 적절한 값을 가지는 것이 앰프를 위해서나 헤드폰을 위해서나 적절하다. 5Ω 정도의 수치에서는 임피던스 변동에 따른 주파수응답의 차이가 나는 경우는 그렇게 흔하게 찾아볼 수 없으므로 임피던스에 따른 매칭은 크게 신경쓰지 않고 음악에 몰두할 수 있다.

 

클래식이라는 단어는 때로는 좋지 않은 의미에서의 낡음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Linear는 올드한 감성에 적절한 기술이 융합되어 좋은 의미에서의 클래식한 감성을 잘 살려내었다. 기본을 잘 갈고 닦는 것이야말로 정석적인 왕도라는 것을 새삼스레 떠올리게 해주는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