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에 적당히 끼어 넣는다는 뜻에서 소형 스피커를 북셀프라고 불렀던 것이 엊그제인데, 이제 이런 앰프는 포켓 앰프라고 불러야 할까? 그것도 점퍼 등의 큰 포켓이 아니라 티셔츠의 포켓용인 셈이다. 이런 작은 사이즈의 앰프에는 내부에 뭐가 들어있을까? 그것도 워낙 작은 몸체이니 별로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
난쟁이 나라의 요정들이 숨어 있을 것 아닌가.이미 소개가 되었다시피 누포스라는 디지털 전문 업체는 2005년에 미국에서 태동한 하이테크 오디오 업체이다. 토마호크 미사일의 전원 장치를 담당했던 트란 뉴엔을 주축으로 해 하
이테크 디지털 앰프를 주로 설계해 왔는데, 댐핑 팩터가 일반 앰프에서는 100-200 단위가 기본인데 비해 무려 4000짜리나 되는 제품을 만들어 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근래 들어 하이엔드에서도 부쩍 D급 앰프가 늘어나고, 스위칭 파워 방식의 앰프가 늘어나는 추세가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그 나름대로의 체적을 가지고 있는 터인데, 이 제품처럼 소형화가 이루어진다면 오디오 기기의 장래는 획기적인 새로운 전기가 다가오리라 생각한다.
이 앰프의 크기는 길이가 한 뼘이 채 못 된다. 출력은 8Ω에서 18W, 4Ω에서 24W. 이런 앰프에 스피커를 연결해 과연 소리가 나올 수 있단 말인가. 그런 걱정이 앞서는 것은 비단 노파심에 서만이 아닐 것이다. 추정해 보는 이 제품의 성능은 회의적. 가격도 아주 저가이기 때문에, 심지어 이런 제품을 시청기로 테스트할 가치가 있을 것인지 하는 주저가 들 정도였다.
매칭은 이번 호 시청기인 익스포저 1010 CD 플레이어와 JBL 스튜디오 530 스피커. 이 스피커는 감도가 6Ω에 86dB. 결코 만만한 수치가 아니다. 그런데 앰프는 8Ω에 18W에 불과하다.그것도 3극 진공관도 아니고 A급 제품도 아니다. 과연 스피커를 울릴 수 있을 것인가. 가히 퍼즐 수준이다.
이 제품을 CD 플레이어와 연결해 놓고 보니 마치 CD 플레이어 위에 올려놓은 작은 액세서리와 같은 모습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미러리스 방식으로 갈수록 콤팩트해지지만 렌즈 크기는 변하지 않아서 지금은 카메라에 렌즈를 장착하는 것이 아니라 렌즈에 카메라를 장착하는 시절이 되었지만 본 시청기를 보니그런 생각이 더 여실해진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모든 부분에서 힘이 부족하고 맥 빠진 소리가 날 것이라는 예감은 삽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이럴수가! 하는 놀라운 반응이 솟아올라 왔다. 우선 해상력은 디지털 앰프의 장기이지만 역시 대단하다. 윌리엄 텔 서곡의 서주총합주 부분이 질서정연하고 파워풀하게 쏟아져 나온다. 조금치도 스피커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맹랑하게도 스피커를 가지고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힘이 충만한 것이다.
힘이 넘칠 뿐더러 날카롭거나 생소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맛도 뛰어나다. 안네 소피 무터가 연주하는 타이스의 명상 서주 부분에서 현이 파고드는 깊이감은 조금 덜하지만 우아하고 자극성 없는 모범적인 연주라고 평가할 만하다.
조지 윈스턴의‘September’도 맑고 웅장하다. 고역도 번쩍거리는 광채가 있다. 성악은 현처럼 깊이 파고드는 맛에서는 조금 떨어지지만 충분히 합격점이라 할 만하다. 세자리아 에보라가 부르는 베사메무쵸는 흡사 300B 앰프와도 같은 특성으로들려준다.
살짝 두께감이 있다. 엘락의 FS57.2 스피커로 옮겨 본다. 감도가 89dB이며 3스피커 2.5웨이의 제품인데 역시 잘울린다. 스피커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겠지만 KEF R500에서 가장 생기발랄한 소리가 나와 주었다. 이쯤 되면 전혀 스피커를 가리지 않는 다윗과 같은 앰프라 할 만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경이롭기 짝이 없다. _글 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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